2013년 미개봉작 BEST 10

극장 개봉작에 이어, 미개봉작 베스트 10을 다룰 차례입니다. 총 29편이라 상대적으로 널럴한 편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5편으로 제한할까 생각했지만  모두 정식개봉하길 손꼽아 기다리는 작품인지라 10편으로 해둡니다. 수입사 여러분들, 제발, 꼭 고려해주세요! IPTV 직행이더라도 신경 안 씁니다!

- 영화제 등에서 2013년 이전에 공개된 영화도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




10. 메탈헤드 Málmhaus




황량한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이를 벗어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메탈소녀의 성장기. 크게 기대 안 하고 본 영화인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음악 좋아하시면 의외로 다양한 종류의 메탈 및 파생 장르가 나오는 걸 보실 수 있는데요. 유사 인더스트리얼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살짝 놀랐습니다. 기타를 처음 배웠다는 배우도 생각보다 곧잘 하더라고요.




9. 맹탐(블라인드 디텍티브) 盲探



한없이 진지했던 칸느 예고편과 달리 정작 본편은 [매드 디텍티브(신탐)] + 명절용 로맨틱 코미디 소동극입니다. 아니, 농담 아니에요. 처음부터 홍콩식으로 골때리게 웃깁니다. 90년대 비디오로 나온 주성치 영화가 생각날 정도. [흑사회] 같이 진지한 두기봉 영화를 기대했던 서양 팬들로부터는 엄청 욕을 먹었지만, 이 영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전 역대 두기봉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먹힐 거라 봅니다. 진지하게 궁서체 씁니다.



8. 지옥이 뭐가 나빠 地獄でなぜ悪い





처음 본 소노 시온 영화라 긴장했는데, 알고 보니 평소 만들던 것과 전혀 다른 소동극이었더라고요. 덕분에 낄낄 웃으면서 잘 봤습니다. 후반부 들어 일본 칼싸움 장르(찬바라) 특유의 유혈 묘사가 넘쳐나는데 전혀 진지하게 보이지 않는 관계로 일본에서도 PG-12를 받은 정말정말정말 이상한 영화. 이것도 한국에서 의외로 먹힐 수도 있다 보는데...

처음 본 여주인공 역의 니카이도 후미는 소녀시대 수영 닮게 나오더군요.




7. 마약전쟁 毒戰




서양인들이 바라는 두기봉에 가까운 작품. 전체적으로 [대사건]이 생각나는 액션 스릴러입니다. 사상 최초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두기봉 느와르인데, 정말 놀라운 게 중국 검열을 피해가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수위가 높습니다. 선악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으면서도 모호하고, 총기 액션도 유혈 묘사는 별로 없지만 인정사정없이 일어납니다. 스틸 사진에 나온 클라이막스 총격전도 대단하지만 정말 감탄하면서 본 장면은 은거지 습격 장면! 야... 동양권에서 두기봉만큼 총기 액션을 찍는 감독은 없습니다. 장담합니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어요.



6. 닫힌 커튼 Pardé / پرده




이란 검열에 저항하는 메타 픽션. 가택연금 엿먹으라는 후반부 전개가 단연 돋보입니다.



5. 킬 리스트 Kill List



미국 인디에 제프 니콜스가 있다면 영국 인디에는 벤 휘틀리가 있습니다. [킬 리스트], [관광객들], A Field in England 등 전혀 다른 색의 영화를 보여주면서도 각기 개성을 가진 수작으로 만드는 괴물 감독. 킬 리스트는 건조한 네오느와르로 시작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정말 정말 무서워집니다. 장르물로 변해가는 후반 전개에 호불호가 갈리긴 할 듯.



4. 흉악 - 어느 사형수의 고발 凶悪




부동산과 돈 때문에 피폐해지는 인물들을 다룬 수작. 사회고발물이 빠지기 쉬운 단순한 선악구도를 빠져나와 좋았습니다. 빚으로 인해 괴물이 되는 사람들, 지역유지와 부동산 세력과의 유착 등 대한민국으로 무대를 바꿔도 이상치 않을 끔찍한 악의 모습이 발단부의 강간, 살인은 우습게 느껴질 정도네요. 부제까지 붙은 걸 보면 분명 수입사가 있을텐데, 올해 내에 배급이 잡혔으면 좋겠네요.



3. 현실의 춤 La danza de la realidad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유년기 전기영화인줄 알았으나, 실제로는 초현실적인 대체역사물에 가까웠습니다. 전반부의 주인공은 아들(감독 본인), 후반부는 감독의 아들이 연기한 아버지네요. 칠레 근대사와 얽혀 돌아가는 우스꽝스럽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야기가 참 재미납니다. 예산이 별로 없었는지 화면 질감이 참... 디지털스러운데요. 처음 30분은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적응이 안 됐지만 그래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 버베리안 스튜디오 Berberian Sound Studio




70년대 이탈리아 지알로 공포영화와 데이빗 린치 식 초현실주의가 만난 듯한 작품. 실제 위협 없이 심리적 압박만으로도 공포영화가 된 영화입니다. 뭐 영화 전체의 화두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정도? 이탈리아 공포영화 제작현장으로 어쩌다 흘러들어간 영국인 음향기사의 고군분투기.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작품이더군요. 수입은... 될 수나 있을까요?



1.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 Jagal




올해 가장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영화입니다. 공산주의자 대량학살에 가담한 정치깡패 노인에게 이 일을 재현한 영화를 찍겠단 제안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인물들을 쫓아가는 문제작.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태연하게 그때의 일을 재현하는 사람들, 수하르토가 물러난지 오래지만 여전히 건재한 권위주의 정권의 후예들,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는 미디어, 보복을 두려워한 나머지 익명으로 참여한 현지 스탭들 등등등등...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다른 나라 생각이 계속 드는지요. 이번 결산은 이 영화를 알리려고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올해 정식 개봉은 요원할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알면서.




이상 올해 본 미개봉작 중 최고의 10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도 정식 루트로 이 영화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빌면서 이만 글 접습니다.

by oIHLo | 2014/01/05 23:28 | 본 영화 | 트랙백 | 덧글(0)

2013년 극장 개봉작 BEST 10

2013 영화 결산에 이은 두번째 시간, 극장 개봉작 BEST 10입니다.
100여 편에 달하는 관계로 경쟁이 치열한 편이었는데요.
32편 중 심혈을 기울여 고른 10편의 최고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0. 일대종사 一代宗師



한편의 단독 작품이라고 말하기에는 결점이 굉장히 많은 영화입니다. 유려하게 흘러갔던 초반과 달리 일제 지배와 독립, 국민당 정부 등의 역사가 끼어드는 후반은 많이 덜컹거립니다. 인터네셔널판에서 삭제된 싸움 장면을 에필로그로 쓴 편집이 참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2013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CGI의 힘을 빈 성과지만, 한컷 한컷 정지해놓고 보고 싶은 영화기에 추천합니다.

왕가위 감독을 설득해 한 3시간 정도 길이의 편집본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킹덤 오브 헤븐] 극장 개봉판 같이 굉장한 시퀀스를 챕터 선택 기능으로 끊어 본 기분입니다.



9. 악의 교전 悪の教典



기시 유스케 팬분들에게 욕 먹을 각오하고 말하자면, 사이코패스 스릴러가 아니기에 좋았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긴장감을 쌓아가던 전반이 지나고 미국 유학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는 괴상하게 흘러갑니다. 어색한 외국인 배우와 싼맛나는 화면 구성, 일본 메인스트림 영화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전개가 이어집니다. 웰메이드 영화는 낼 수 없는 엉성하면서도 경쾌한 쾌감이 느껴집니다. 이토 히데아키의 엉성한 영어 발음까지 의도한 것처럼 느껴진다니까요! 오랜만에 악취미 영화 잘 봤습니다.



8.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작년 초 많은 비평가 상을 받으면서 2012년의 영화가 될 뻔했으나 묻혀버린 비운의 영화. 훌륭한 스릴러기도 하지만, 마지막 제시카 차스테인의 눈물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CIA 측 입장을 다루면서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준 점은 무시할 수 없으며, 한국 개봉판은 고문 장면에 삭제가 이뤄져 초반에 거슬렸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실체가 없는 적을 쫓는 과정에서 지쳐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제시카 차스테인도 잘 했지만, 제이슨 클라크가 참 좋았어요.


7. 프리즈너스 Prisoners



아주 잘 만든 스릴러는 아닙니다. 그런 탓에 개봉했을 때 관객의 호응이 적기도 했고요. 하지만 "납치 사건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켜가는가"를 묘사한 솜씨가 매우 탁월합니다. 휴 잭맨, 제이크 질렌할, 멜리사 레오 모두 참 좋았지만 몇달 지나 생각해 보니 폴 다노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주제의식의 핵심인 캐릭터기도 하니까요.


6. 더 임파서블 The Impossible / Lo imposible 



'2013년 가장 아파보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나오미 왓츠와 톰 홀랜드가 매우 기억에 남은 영화네요. 태국에 휴가 간 백인 가족이라 '배부른 자들의 고민'일거라 생각하고 봤지만, 그들의 고통을 세밀하게 묘사했기에 어느 순간엔가 감정이입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히어애프터]의 쓰나미 장면도 제법 세다고 생각하며 봤는데, 헐리우드 장난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5. 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요즘에는 일이 바빠 블로그를 놓으신 기현님 추천으로 보러 간 영화인데, 극장에서 보길 잘 했습니다. 자이니치(在日) 문제에 대해서 감정을 극도로 절제한 서술이 참 좋았네요. 소위 말하는 '반공영화'보다 북한 정권에 대한 반감이 더 들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그 답 없는 관료독재체제의 답답함이란.



4. 그래비티 Gravity



영국 평론가 마크 커모드의 주장과 같이 이 영화는 A급 배우와 예산을 갖고 만들어진 B무비입니다. 매우 간결하고 효율적인 놀이기구와 같죠. 그런 탓에 무성영화와 같은 순수함을 머금은 영화기도 합니다.

[아바타]가 나왔을 때 같이 이 영화가 "3D계의 혁명"이다 하는 호들갑은 떨지 않을랍니다. 이 영화의 체험은 8할이 거대한 스크린에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더 나은 해상도와 음향으로 봤던 메가박스 M2관보다 처음 봤던 왕십리 IMAX가 더 마음에 들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올해 가장 과대평가된 영화임은 분명하나, 우주복 헬멧 롱테이크 샷의 막막함을 잊기도 힘듭니다.



3.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미국 인디씬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로 제프 니콜스를 꼽고 싶습니다. 캐릭터를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인물에 대해 서서히 정보를 하나 둘 꺼내는 각본은 마치 잘 짜인 포커판과 같습니다. 내 주의와 감정을 모조리 쏟아부었는데도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 영화였습니다.

아, 진짜, 정말 꼭 보세요.



2. 블루 재스민 Blue Jasmine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우디 앨런 영감님의 대답이라 할 수 있겠네요. 따뜻하게 보이지만 근래 10년간 나온 작품 중에 가장 독기를 머금은 작품입니다. "비극에 시간을 더하면 희극이 된다"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을 그만큼 잘 드러내는 사람이 있을까요. 안쓰러운 웃음이 가득한 우디 앨런의 걸작.


1.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2013년 가장 아파보이는 영화가 [더 임파서블]이었다면, 가장 긴장됐던 영화는 [캡틴 필립스]였습니다. 세계화와 그로 인한 아웃소싱의 아웃소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초반, 인물 간 갈등 만으로 팽팽히 부풀어오른 중반, 전지전능한 신과 같은 미군의 모습과 그로 인해 초라해지며 무너지기까지 하는 후반까지... 머리와 가슴을 스크린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2시간이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해 매뉴얼대로 행하는 걸 재밌게(!) 찍을 수 있는 사람은 폴 그린그라스 밖에 없을 듯. 보통 무미건조하게 갈 수 있어 생략하는 부분을 과감히 보여준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이상 올해 개봉작 중 최고로 꼽은 10편입니다. 미개봉작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으로 넘기겠습니다. 올려놓은 10편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가능한 한 정식 루트로요. 10편 모두 놓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by oIHLo | 2014/01/05 22:36 | 본 영화 | 트랙백 | 덧글(0)

2013 영화 결산

거의 4년만에 쓰는 글입니다.
이글루스는 이제 그냥 아는 사람들만 쓰는 게토가 되는 분위기네요.
한때는 한국 블로그의 리더였는데 ㅠㅠ
그것도 티스토리에 뺏기고 그냥 쓰는 사람들만 쓰는 천덕꾸러기라니 아이고;

정리하고, 올해 봤던 영화에 대해 정리해봐야겠네요.
2013년 제가 본 영화는 총 124편이며, 이중 극장 개봉작은 95편, 미개봉작은 29편입니다.

올해 극장 개봉작 중 본 영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람경로'란에 별도 표기한 영화를 제외하면 다 극장에서 본 작품입니다.)

미개봉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PiFan은 부천국제영화제, BIFF는 부산국제영화제입니다.)

베스트 10은 다음 게시물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by oIHLo | 2014/01/05 21:37 | 본 영화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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